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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코스톨라니의 달걀

sunshout 2010. 8. 29. 09:15

‘코스톨라니의 달걀’.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가 만든 투자주기 모델이다. ‘콜럼버스의 달걀’만 들어본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이겠지만 주식 투자자에게는 교과서처럼 활용되는 이론이다. 코스톨라니는 타원형의 달걀을 세워놓고 투자시장(주식, 채권, 원자재 등)이 올라가는 강세장(달걀의 왼쪽 곡선)과 내려가는 약세장(오른쪽 곡선)으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그는 금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중자금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주식이나 부동산을 저점에서 사서 상승기까지 참았다가 고가일 때 팔라는 모델이다.
헝가리 태생인 코스톨라니는 1920년대 후반 18세의 나이에 파리로 유학, 증권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주식과 채권·외환·원자재 등에 투자해 거부가 됐다. 전쟁, 대공황 등 다양한 상황에서 뛰어난 직관력과 소신으로 투자 때마다 큰 성공을 거뒀다. 앙드레 코스톨라니와 대담을 나눌 국내 금융인은 김준연 대성투자자문 대표다. 한국투자신탁 펀드매니저 출신인 김 대표는 철저한 가치분석과 역발상 투자로 유명한 국내 대표 가치 투자가다. 이 가상대담은 김준연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를 토대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저서와 그에 관한 책, 기사를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김준연 대성투자자문 대표 : 당신이 만든 ‘달걀 모델’은 투자시기를 가늠하는 척도로 쓰입니다. 지금 박스권에 갇힌 한국 증시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앙드레 코스톨라니 : 저는 모든 투자시장을 크게 강세장과 약세장으로 구분하고 각 장을 다시 세 가지 국면으로 세분화하는데요. 지금 한국 증시는 강세장 중에서도 조정국면(거래량과 주식 소유자 수 감소 시기)을 지나 동행국면(거래량과 주식 소유자 수 증가 시기)에 있다고 봅니다. 국외에서 들리는 부정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1700포인트를 지지하는 것은 주식시장에 확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미 팔고 나갔다는 뜻입니다. 지금 시장은 부정적인 소식을 미리 다 계산하고 투자하는 소신파들만 남았다고 볼 수 있어요. 하반기 기업들의 이윤과 배당이 줄어들 것이란 소식도 간간이 들리지만 이것 역시도 이미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더 이상 시세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김 대표 : 저도 의견에 공감합니다. 단기적으로 2004년과 비슷한 국면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해 기업들의 실적은 전년 대비 120% 이상 좋았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횡보했지요. 그 다음해인 2005년이 되자 본격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해 2000포인트를 돌파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 대비 기업들의 이익은 70% 이상 좋아졌는데 주가는 연초 대비 횡보하는 모양새예요. 올 하반기부터 경기 선행지수가 반등할 것으로 보고 이에 조금 앞선 시점에서 주가상승을 기대해 봅니다.

코스톨라니 : 주식시장이 상승하려면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시중에 유동자금이 풍부하고 대중의 심리가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즉, 대중이 주식을 살 능력이 있고 의향도 있으면 주식시장은 상승하죠. 이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유동성이죠. 대중의 심리는 변덕스럽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습니다. 유동성이 없으면 증권시장은 상승하지 않아요. 헝가리 집시들이 하던 말이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음악도 없다.” 돈이 곧 음악이고 주식시장에선 연료인 셈입니다.

김 대표 : 피 말리는 금융시장에서도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잃지 않는 당신을 볼 때마다 감탄합니다. 투자자로서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모릅니다. 주식 투자자라면 한번쯤 ‘내가 생각했던 것이 옳았는데 괜히 성급하게 행동해서 큰 기회를 놓쳤어’ 하는 경험을 해봤을 겁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한때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 건설주, 기아차나 현대차 등을 가장 싼 가격대에 매입해 놓고 이를 지키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된 수익률을 안겨드리지 못한 적이 있어요. 이때 참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심사숙고하고 내린 투자원칙은 끝까지 지키자’는 겁니다. 지금도 이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은 고집불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지요.(웃음)

코스톨라니 : 김 대표님이 소신파 투자자의 길을 걷고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저는 투자자를 ‘소신파 투자자’와 ‘부화뇌동파 투자자’로 구분합니다. 투자자는 확신이 있으면 강하고 고집스럽게 밀어붙여야 합니다. 겸손함만 잃지 않으면 괜찮다고 봐요. 모순적인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투자자는 고집스러우면서도 늘 자신의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유연한 자세를 갖춰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쉽게 부화뇌동하는 투자자가 되기 쉬워요.

김 대표 : 소신파와 부화뇌동파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코스톨라니 : 현실적으로 완전한 소신파와 부화뇌동파가 있기는 어렵겠지요. 일반 투자자라면 소신과 부화뇌동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할 거예요. 중요한 것은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아는 겁니다. 제가 보는 ‘부화뇌동 투자자’는 생각, 인내심, 돈이 없는 사람이에요. 여기서 생각이란 아이디어와 확신을 뜻합니다. 거꾸로 소신 있는 투자자는 이를 갖춘 사람이죠.

훌륭한 투자자는 예리함과 직관력을 갖춰야 하고 상상력도 풍부해야 합니다. 여기서 상상력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있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생각해보는 능력을 말합니다.

김 대표 : 투자 신념을 지킨다는 게 참 어려운 일 같습니다. 당신뿐 아니라 많은 투자대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외롭게 소수의 편에 서라는 것인데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명심하지만 참 실천하기 어려운 말이기도 해요. 저도 2000년대 중반 대세상승기에 주도주를 따라가지 않아 고통을 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원성과 회사의 압력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죠. 그런 경험 뒤에 제가 느낀 사실은 ‘반드시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을 뒷받침할 이론과 고민이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협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기준에 따라 소신을 지켰다고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코스톨라니 : 투자자로서 중요한 경험을 체득하신 거예요. 저도 ‘대중과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내 이론이 맞기는 하지만 혹시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의심을 했어요. 나중에야 ‘이번에도 역시 다르지 않고 내 이론에 따라 예상한 것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랫동안 훈련하고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나서야 저도 유행과 반대로 행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 대표 : 3년 전만 해도 역발상 투자는 단연 IT와 자동차였습니다. 당시에는 조선주, 태양광주, 건설주, 지주회사들이 각광을 받던 시기였죠. 반면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는 서자 취급을 받았고요. 근데 지금은 IT와 자동차가 항상 투자 1순위로 꼽힙니다. 좀 더 오를 순 있겠지만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아요.

코스톨라니 : 잘 보신 겁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네요. 한 주식이 상한가로 올랐다면 그것은 이미 몇 년, 아니 몇 십 년의 성장이 반영된 것일 수 있어요.

김 대표 : 대신 저는 요즘 정부의 원자력, 스마트폰, 소프트웨어(SW) 육성책들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특히, 공기업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전력과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KT를 추천합니다. 지금 한전의 주가는 지금 실질장부가 대비 30% 수준에 거래되고 있어요. KT 역시 스마트폰 혁명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잠재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내년 삼성SDS 상장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정보통신기술(ICT)서비스업종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신세계I&C를 눈여겨보고 있어요.

■ 코스톨라니의 ‘달걀 이론’상승 국면 시 투자금의 70%는 대중과 반대로 투자


앙들레 코스톨라니는 순환 주기를 총 6가지 국면으로 나눈다. 그는 각 국면에서 전체 투자금의 30%는 대중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70%는 대중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을 권하고 있다.
원형의 최저점을 살펴보자. 이 시기는 주식시장이 이미 상당 기간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기에는 오직 소신파 투자자들만이 싼 가격에 주식을 사 모은다. 이런 매집 과정을 거치면서 상승운동의 수정국면(A1)으로 들어간다. 이후 주식시세는 적은 거래량 속에서도 꾸준히 올라간다. 거래량과 주식투자자 수가 늘면서 동행국면(A2)으로 넘어간다. 이 시기 주가는 상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지만 추세상 점진적으로 상승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과장국면(A3)으로 넘어간다. 이 시기는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이 매수에 가담하는 시기다. 소위 거품을 형성한다.

소신파 투자자들의 주식이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에게 넘어가면 주식시장은 정점에서 하강운동을 시작한다. 수정국면(B1), 동행국면(B2), 과장국면(B3)을 다시 거치면서 부화뇌동파 투자자들은 파탄을 맞게 된다. 즉, 코스톨라니의 투자비법은 현재의 주식시장이 어느 국면에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한 후 강세장의 수정국면(A1)과 약세장의 과장국면(B3)에서 주식을 사고 강세장의 과장국면(A3)과 약세장의 수정국면(B1)에서 주식을 팔라는 것이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71호(10.09.01일자) 기사입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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